아무 증상 없던 내게 찾아온 고혈압

 30십대 후반 디자인 회사 대표의 혈압약 복용 결심 계기

안녕하세요. ‘노워리 라이프(No Worry Life)’ 블로그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완제품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 디자인, 그리고 관공서를 대상으로 환경 및 공공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디자인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올해로 1970년생, 50대 중반의 나이를 맞이했습니다.
현재 저희 회사는 코로나19 여파 이후 매출이 많이 감소하여 연 7억 원 남짓한 실적을 내고 있고, 다섯 명의 직원과 함께 꾸려가는 작은 소기업입니다. 1995년 대학 졸업 후 중견기업에 디자이너로 입사했지만, 1998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IMF 외환위기로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었습니다.
벼랑 끝에 몰렸던 그때, 회사 동료 2명과 뜻을 모아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고 치열하게 앞만 보며 달려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몸에는 수많은 건강상의 변화가 찾아왔고, 급기야 암 수술까지 받으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오늘 첫 이야기에서는 제 삶의 궤적을 송두리째 흔들었던 건강 변화의 시작점, '고혈압의 발견과 혈압약 복용을 결심하게 만든 동료의 묵직한 한마디'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고자 합니다.


1. 고혈압 초기 증상? "나는 아무런 증상도 느끼지 못했다"

많은 건강 정보 블로그나 매체에서는 고혈압의 초기 증상으로 뒷목이 당긴다거나, 두통이 있다거나, 피로감이 밀려온다는 등의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제 실제 경험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저는 아무런 증상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당시 키 176cm에 몸무게는 85kg을 웃돌던 시절이었습니다. 매일 밤샘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쏟아지는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담배를 피우고, 저녁에는 클라이언트 접대와 거친 술자리를 이어갔습니다. 늘 몸이 피곤하긴 했지만, 그것은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짊어져야 할 피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몸 어디가 아프거나 이상하다는 신호는 단 한 번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05년경부터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혈압 수치가 야금야금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수축기 혈압이 160 mmHg 이상을 기록하며 위험 수위에 도달했습니다. 병원에서는 당장 혈압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2. 30대 후반에 마주한 혈압약, 거부감과 두려움에 방치하다

3개월치 혈압약 처방을 받아 약봉지를 옆에 두고 근심에 빠져있는 30대 후반 남성의 이미지


2009년경, 마침내 매일 혈압약을 먹어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제 나이는 겨우 30대 후반이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평생 약에 의존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심리적으로 너무나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 사회적 시선에 대한 부끄러움: 매일 아침 약 봉지를 뜯어 알약을 삼키는 내 모습이 스스로를 나약하게 만드는 것 같아 꺼려졌습니다.

  • 평생 복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혈압약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끊지 못한다"는 인터넷의 잘못된 정보와 민간요법에 흔들렸습니다.

약을 처방받아 두고도 서랍 속에 넣어둔 채, "운동으로 빼면 되겠지", "술을 좀 줄이면 괜찮겠지"라며 위험한 방치를 이어갔습니다. 제 혈압은 여전히 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3. 내 인생을 바꾼 동료의 뼈 때리는 충고: "안전장치를 채워라"

그렇게 고집을 피우며 약 복용을 미루고 있던 제게, 창업을 함께했던 동료가 찾아와 제 가슴을 강하게 내리치는 묵직한 충고를 던졌습니다. 제 방황을 끝내고 복약을 결심하게 만든 것은 의사의 경고가 아닌, 바로 이 한마디였습니다.

"네가 지금처럼 매일 야근하고, 중국 바이어와 독주 마시고,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사업을 경영하는 '현재의 삶'을 1년이라도 더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의사가 처방해 준 혈압약부터 입에 털어 넣어라.

그게 네 노후와 현재의 사업을 유지할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동료의 이 말은 머리를 대포로 맞은 듯한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사업의 성공과 생존을 위해 밤낮없이 달리고 있었지만, 정작 그 사업과 내 소중한 가정을 지켜줄 최소한의 '물리적 육체'라는 안전장치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약을 먹는 것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거친 비즈니스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방탄조끼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마음의 고집을 완전히 꺾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마다 혈압약을 입에 털어 넣고 있습니다.


4. 17년 장기 복약의 결과와 현재의 숙제

2009년부터 시작된 혈압약 복용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일 꾸준히 약을 먹은 덕분에 현재 수축기 혈압은 120~130 mmHg 수준으로 아주 안정적으로 통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 있습니다. 수축기 혈압은 잡혔지만, 이완기 혈압이 종종 90 mmHg를 넘어가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혈압은 단순히 약 한 알로 완전히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표를 들여다보고 모니터링해야 하는 장기전임을 매일 실감합니다.
젊은 나이에 고혈압 진단을 받고 약 복용을 망설이고 계시는 동료 중년 여러분, 그리고 소기업 대표님들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증상이 없다고 안전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소중한 일터와 가족을 지키고 싶다면, 고집을 내려놓고 의사의 처방에 따르십시오. 그것이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가장 첫 번째 기술적 안전장치입니다.


[다음 화 예고] 

혈압 조절도 잠시, 치열한 경영 환경 속에서 밤샘 작업과 입찰 경쟁은 계속되었습니다. 특히 중국 출장길에서 마주한 독한 백주(접대 문화)는 제 혈관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2화 "직장인 고혈압 낮추는 방법: 과로와 스트레스가 부른 적신호" 편에서 생생한 비즈니스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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